글 에스더바이오 매거진 편집팀 · 발행
가을에 머리가 더 빠진다면, 원인은 지금이 아니라 2~4개월 전에 있습니다
가을에 머리가 더 빠지면 지금의 환절기를 원인으로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런 빠짐은 대개 2~4개월 전의 일이 지금 나타나는 것입니다. 하루 개수를 세는 대신 시점을 거슬러 보고, 같은 조건에서 두피를 비교하고, 계절로 설명되지 않는 신호를 가르는 방법을 공식 자료를 근거로 정리했습니다.

가을이 되고부터 머리 감을 때가 조금 무서워졌습니다. 배수구에 뭉쳐 있는 머리카락이 전보다 확실히 많고, 아침에 베갯잇을 보면 또 몇 가닥이 붙어 있습니다. 거울 앞에서 가르마를 손으로 눌러 보다가, 예전보다 두피가 더 보이는 것 같아 얼른 다시 덮습니다. 검색을 해 보면 한쪽에서는 환절기라 그렇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탈모 초기라고 합니다. 어느 쪽인지 알 수가 없어서 매일 몇 개나 빠지는지 세게 됩니다.
먼저 답부터 드릴게요. 지금 필요한 건 개수를 세는 일이 아니라 시점을 거슬러 보는 일입니다. 판단은 네 가지로 갈립니다. 첫째, 빠짐이 늘기 시작한 때에서 2~4개월을 거슬러 올라가 그 무렵에 큰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세요. 출산, 큰 체중 감소, 고열을 앓은 일, 수술, 오래 이어진 스트레스, 복용하던 약의 변화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둘째, 하루에 몇 개가 빠지는지는 기준으로 삼지 마세요. 공식 자료끼리도 정상 범위를 다르게 적고 있어서 개수로는 판정이 되지 않습니다. 셋째, 대신 같은 조명·같은 가르마·마른 상태에서 정수리를 찍어 시간 간격을 두고 비교하세요. 넷째, 한쪽만 비거나 동그랗게 빠질 때, 두피가 아프거나 붉을 때, 피로·추위·체중 변화가 함께 올 때는 계절로 설명되지 않으므로 진료로 확인하세요.
2~4개월을 거슬러 보라는 기준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뉴질랜드 피부과 레퍼런스 DermNet은 쉬는 단계로 밀려난 모발이 유발 사건이 있고 2~4개월 뒤에 눈에 띄게 빠지기 시작한다고 설명합니다. 미국피부과학회도 대부분의 사람이 스트레스 사건 후 몇 달이 지나서야 빠짐을 알아차리며, 출산의 경우 약 2개월 뒤부터 늘어 4개월 무렵 정점을 이룬다고 안내합니다. 지금 눈에 보이는 빠짐은 지금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이미 지나간 일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환절기라서"라는 설명은 절반만 맞습니다. 원인이 가을에 있는 게 아니라, 앞선 계절에 만들어진 몫이 가을에 도착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 차이를 알면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가 달라집니다.
지금 보이는 건 빠짐일까요, 자라지 않는 것일까요
두 가지는 다른 현상입니다. 미국피부과학회는 **빠짐(shedding)**과 **자라지 않는 것(loss)**을 구분해서 설명합니다. 빠짐은 쉬는 단계에 들어간 머리카락이 빠져나오는 것이고, 새 머리카락은 계속 자랍니다. 반면 무언가가 머리카락이 자라는 것 자체를 멈추게 한 경우는 다른 범주로 다룹니다.
| 빠짐(shedding) | 자라지 않는 경우(loss) | |
|---|---|---|
| 새 머리카락 | 계속 자람 | 원인이 멈출 때까지 자라지 않음 |
| 대개의 경과 | 원인이 지나가면 잦아듦 | 원인 확인이 먼저 |
| 스스로 구분 | 사진이나 개수로는 어려움 | 진료에서 확인 |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에 할 일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빠짐 쪽이라면 원인 사건이 지나가면서 대개 스스로 잦아듭니다. 자라지 않는 쪽이라면 원인이 멈출 때까지 회복되지 않으므로 확인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이 둘을 사진 한 장이나 개수 하나로 스스로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한 가지 위로가 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DermNet은 새로 올라오는 머리카락이 쉬고 있던 머리카락을 밀어내기 때문에 이 유형에서는 빠짐 자체가 다시 자라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합니다. 이마 헤어라인을 따라 짧은 잔머리가 띠처럼 보인다면 그 흔적일 수 있습니다.
원인은 2~4개월 전에 있습니다
쉬는 단계로 넘어가는 계기로 공식 자료들이 공통으로 드는 것들이 있습니다. 미국피부과학회(aad.org)는 약 9kg 이상의 체중 감소, 출산, 큰 스트레스, 고열, 수술, 질병 회복, 경구피임약 중단을 듭니다. MedlinePlus(medlineplus.gov)는 여기에 단백질이 부족한 급격한 다이어트와 일부 약물, 갑상선 질환, 빈혈 등을 함께 적고 있습니다. DermNet(dermnetnz.org)은 철 결핍 같은 영양 결핍과 갑상선기능저하·항진, 과도한 자외선 노출도 포함합니다.
정리하면 이런 일들이 계기로 언급됩니다.
- 몸에 큰 부담이 된 일: 고열을 동반한 질병, 수술, 사고, 출산
- 먹는 양과 영양의 변화: 큰 체중 감소, 단백질이 부족한 급격한 다이어트, 철 결핍
- 오래 이어진 스트레스: 간병, 이직이나 실직, 긴 긴장 상태
- 약과 호르몬의 변화: 복용하던 약의 시작이나 중단, 경구피임약 중단
- 갑상선 등 내분비 문제: 기능저하증이나 항진증
여름을 떠올려 보세요. 휴가지에서의 강한 햇볕, 여름에 시작한 다이어트, 더위로 흐트러진 잠, 여름 감기로 앓은 고열이 있었다면 가을의 빠짐은 우연이 아닐 수 있습니다.
계절 자체에 대한 보고도 있습니다. 2009년 피부과 학술지 Dermatology에 실린 연구는 건강한 여성 823명의 모발 검사를 후향적으로 분석해, 쉬는 단계 모발의 비율이 여름에 가장 높고 늦겨울에 가장 낮았다고 보고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정점이 가을이 아니라 여름이라는 점입니다. 쉬는 모발이 실제로 밀려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앞의 설명과 겹쳐 보면, 여름에 늘어난 몫이 가을에 눈에 띄는 흐름이 됩니다.
다만 이 연구는 스위스 병원을 찾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후향 연구이고,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통계가 아닙니다. "가을에 몇 퍼센트 더 빠진다" 같은 수치를 주지도 않습니다. 계절의 영향이 보고된 적이 있다는 정도로만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하루 몇 개인지 세는 것으로는 판단이 되지 않습니다
개수를 세는 건 가장 먼저 하게 되는 행동이지만, 기준으로 쓰기는 어렵습니다. 공식 자료끼리 범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 출처 | 하루 빠짐 범위 |
|---|---|
| 미국피부과학회(AAD) | 50~100개 |
| 영국 NHS | 50~100개 |
| MedlinePlus(미국 국립의학도서관) | 대략 50~200개 |
같은 80개라도 어떤 기준에서는 평범한 날이고, 다른 기준에서는 아직 범위 안입니다. 게다가 이틀에 한 번 감으면 그날 빠지는 양은 당연히 늘고, 머리가 길수록 같은 개수라도 훨씬 많아 보입니다. 숫자를 세는 동안 늘어나는 건 대체로 불안뿐입니다.
대신 같은 조건에서 이 세 가지를 보세요
개수 대신 면적과 변화를 보는 편이 낫습니다. 조건을 맞추는 것이 핵심입니다.
1. 조건을 고정한 정수리 사진
같은 조명(가급적 자연광이나 늘 같은 등), 같은 가르마 위치, 머리가 마른 상태에서 정수리를 위에서 찍으세요. 젖은 머리는 두피가 훨씬 많이 비쳐서 실제보다 심해 보입니다. 조건이 다르면 비교가 아니라 착시가 됩니다.
2. 시간 간격을 두고 비교
매일 비교하지 마세요. 매일 보면 차이가 아니라 기분이 보입니다. 2주나 한 달 간격으로 같은 조건의 사진을 나란히 놓고 보는 편이 낫습니다.
3. 이마 헤어라인의 잔머리
앞서 말한 짧은 잔머리 띠가 보이는지 확인하세요. 새 머리카락이 올라오고 있다는 단서일 수 있습니다.
지난 넉 달을 거슬러 적어 보세요
원인을 짚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은 거슬러 적어 보는 것입니다. 세 칸이면 충분합니다.
| 몇 달 전 | 있었던 일 | 빠짐 변화 |
|---|---|---|
| 1개월 전 | ||
| 2개월 전 | ||
| 3개월 전 | ||
| 4개월 전 |
"있었던 일" 칸에는 크게 아팠거나 열이 났던 일, 수술, 출산, 체중이 눈에 띄게 줄어든 시기, 식사를 크게 줄이거나 바꾼 시기, 약을 새로 시작하거나 끊은 일, 유난히 힘들었던 시기를 적으면 됩니다. 특히 식사량을 줄이면서 단백질까지 줄었던 시기가 있었는지 눈여겨보세요. 체중 변화가 걸린다면 덜 먹었는데 체중이 그대로일 때 판단 단위를 바꾸는 방법을 함께 보셔도 좋습니다.
2~4개월 전 칸에 무언가 적힌다면, 지금의 빠짐은 그 일의 결과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표를 진료 때 그대로 보여 주셔도 됩니다. 언제부터 늘었는지,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진료에서 실제로 묻는 내용입니다.
오래 이어진 피로나 스트레스가 배경에 있는 것 같다면 쉬어도 회복되지 않는 피로를 나눠 보는 기준도 참고가 됩니다.
계절로 설명되지 않는 신호는 따로 있습니다
아래는 MedlinePlus가 의료진 상담을 권하는 상황으로 적고 있는 내용입니다. 기간을 채우기를 기다리지 말고 확인하세요.
- 평소와 다른 패턴으로 빠질 때 (한쪽만 비거나 동그랗게 빠지는 경우)
- 빠짐이 빠르게 진행되거나 이른 나이에 시작될 때
- 빠짐과 함께 통증이나 가려움이 있을 때
- 해당 부위 두피가 붉거나 각질이 일거나 평소와 달라 보일 때
- 여드름, 얼굴 털의 증가, 월경주기의 변화가 함께 올 때
- 체중 증가, 근력 저하, 추위를 견디기 어려움, 피로가 함께 올 때
- 두피에 감염이 의심되는 부위가 있을 때
영국 NHS는 여기에 더해, 걱정이 된다면 그 자체로 진료를 받아 보라고 안내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덧붙입니다. 상업적인 모발 클리닉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진료로 원인을 확인하라는 것입니다. 원인에 따라 필요한 것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진단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위 신호에 해당하거나 판단이 서지 않으면 피부과 진료로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회복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원인 사건으로 설명되는 빠짐이라면 경과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빠짐이 늘다가 몇 달 뒤 정점을 지나고, 그 뒤로는 서서히 줄어 6~9개월에 걸쳐 원래 상태로 돌아갑니다. 미국피부과학회도 몸이 다시 적응하면서 6~9개월 안에 원래의 풍성함을 되찾는 편이라고 안내합니다.
다만 몇 가지 단서를 함께 알아 두셔야 합니다. 스트레스 요인이 계속 남아 있으면 빠짐도 길어질 수 있습니다. 뚜렷한 계기 없이 오래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DermNet은 30~60세 여성에게서 이런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회복이 완전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몇 달만 기다리면 된다"고 스스로 단정하기보다, 위의 신호와 함께 지켜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오늘 남길 기록 한 가지
오늘은 딱 두 가지만 하시면 됩니다.
- 사진 한 장: 마른 머리 상태에서 같은 조명 아래 정수리를 찍어 두세요. 오늘 찍은 한 장이 다음 달 비교의 기준이 됩니다.
- 칸 하나: 위의 넉 달 표에서 2~4개월 전 칸부터 채워 보세요.
그 칸에 무언가 적힌다면 지금의 빠짐에는 이름이 생깁니다. 아무것도 적히지 않는데 빠짐이 계속 심해진다면, 그때가 진료를 상담할 시점입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걸 보는 일은 생각보다 마음이 많이 쓰이는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 보이는 빠짐의 상당 부분은 이미 지나간 계절의 몫입니다. 오늘의 불안으로 매일을 판정하는 대신, 시점을 거슬러 한 번 적어 보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참고 출처
- Do you have hair loss or hair shedding? - 미국피부과학회(AAD)
- Hair loss - 영국 NHS
- Hair loss - MedlinePlus 의학백과(미국 국립의학도서관)
- Telogen effluvium - DermNet
- Seasonality of hair shedding in healthy women complaining of hair loss - Dermatology, 2009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이어지거나 위의 상담 신호에 해당하면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가을에 머리가 더 빠지는 게 정상인가요?
계절에 따라 쉬는 단계의 모발 비율이 달라진다는 연구 보고가 있습니다. 다만 이 연구에서 쉬는 모발 비율이 가장 높았던 계절은 가을이 아니라 여름이었습니다. 쉬는 모발은 새 머리카락에 밀려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여름에 늘어난 몫이 가을에 눈에 띄는 흐름으로 설명됩니다.
하루에 몇 개까지 빠지면 괜찮은 건가요?
공식 자료마다 제시하는 범위가 다릅니다. 미국피부과학회와 영국 NHS는 하루 50~100개를 정상 범위로 안내하고,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MedlinePlus는 대략 50~200개로 적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수 하나로 자기 상태를 판정하기는 어렵고, 같은 조건에서 비교하는 관찰이 더 도움이 됩니다.
머리가 빠지는데 새로 나기도 하나요?
휴지기 빠짐에서는 그렇습니다. 새로 자라는 머리카락이 쉬고 있던 머리카락을 밀어내면서 빠짐이 늘기 때문에, 이 경우 빠짐은 오히려 다시 자라고 있다는 신호로 설명됩니다. 이마 헤어라인을 따라 짧은 잔머리가 띠처럼 보이는 것이 그 단서입니다.
언제까지 지켜봐도 되나요?
대개 정점을 지나면 빠짐이 줄기 시작해 6~9개월에 걸쳐 원래 상태로 돌아갑니다. 다만 한쪽만 비거나 동그랗게 빠질 때, 두피가 아프거나 붉을 때, 피로·추위·체중 변화가 함께 올 때는 기간과 상관없이 진료로 확인하세요.
병원보다 모발 관리실을 먼저 가도 되나요?
영국 NHS는 상업적 모발 클리닉을 고려하기 전에 먼저 진료로 원인을 확인해 보라고 안내합니다. 원인에 따라 필요한 것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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